백두대간종주(완주)

백두대간종주(22)

더큰곰 2005. 11. 18. 13:16

백두대간구간종주 22회차(진고개~구룡령~조침령~단목령~점봉산~한계령)

 

 

첫날.....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예~ 지금 어디쯤 오고 계세요?”

“글쎄요... 나도 지금 여기가 어디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쇠나드리 민박집에서 온 전화다.

미리 말해줬던, 도착 예정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산꾼...

날은 이미 저물고..

걱정이 되어 전화를 주신 모양이다...  고맙기도 하지..

“지도상으로 보니 한시간 정도는 더 가야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조침령까지 가시지 말고, 오시다가 바람불이에서 좌측으로 내려오면

 불빛이 보입니다.  그 쪽으로 해서 내려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좀 있다 뵙겠습니다..”


구룡령휴게소에서 쐬주를 좀 마신게 후회가 되었었다.

걸어오면서 내내 후회를 했다.

‘멍청한 곰놈, 산행 중간에 그렇게 술을 마셔대면 어쩌겠다는거야?’

혼자서,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욕을 해댔었다.

......

전찬국씨가 굳이 차로 태워다 주겠단다.

백두대간 구간종주 하는 중에, 한번이라도 차를 태워줘야, 후에 할말이

있겠다면서...

새벅 두시반, 숙소에서 출발, 진고개에 다섯시 조금 못미쳐 도착했다.

전날 저녁, 진부에서 자고, 새벽에 택시로 이동할려구 했는데, 안개속을

뚫고, 새벽운전을 해준 덕분에 편안하게 들머리에 도착했다.


진고개는 5미터 앞도 내다 보이지 않는 비안개속에 잠겨있었다.

차안에서 잠깐 채비를 하는 동안에 차 한대가 들어오고, 등산객인 듯 3사람이

내린다... 

음...  나 같은 사람들 또 있구나...

전찬국씨는 내가 배낭을 둘러멘 것을 보고 차를 돌려 돌아간다.

안개때문 운전이 힘들텐데, 미안하군....


동대산 등산로 초입은 밧줄로 막혀있다. 자연휴식년제 구간이다.

대간길을 걸으며, 몇 번 하지 말라는 것을 했다.

오늘도 입산금지를 무시하고 그냥 오른다 밧줄 넘어로...

안개속이라 보이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맞은 편에 있는 매표소 직원에게 들킬까봐,

들머리 턱을 잽싸게 올라선다. 등산객 3명이 내 앞에 출발했는데, 소금강 방향에서

두런두런 거리며 다시 진고개쪽으로 오고 있다. ㅉㅉ 들머리를 못찾는 모양이다.


내가 조그만 소리로 알려준다.

안개비로 벌써 옷이 젖기 시작하고, 시야가 엉망인데, 오늘은 그래도 같은 방향으로 사람들이 있어서 좋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초반은 그냥 올랐는데, 조금 지나니 이 분들 속도를 줄이기(?) 시작한다.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ㅉㅉ 안되겠다. 난 오늘 먼거리를 가야되니까...

동대산 정상에 올랐는데, 표지목도 정상석도 아무것도 없다...  내가 못찾았나(?)

40여분 걸었으니 좀 쉬면서 뒤에 사람들을 기다려본다.  5분여 기다려도 소리가 들리지 안하 혼자 진행한다.

‘그려...  내가 뭐 같이 산행할 사람을 만나는 그런 복이 어디있나?’ 하면서....

등로는 평탄하고 순조롭다.

거리는 멀지만, 이런 상태라면 오늘 산행은 무리가 없겠다


차돌배기

 


가랑비가 내렸다, 안개비가 내렸다 한다.  오늘 조망은 기대도 할수 없다.

그냥 걷기만 한다

디카는 아예 꺼낼 생각도 않는다.

날씨가 맑은 날 이라면, 동해안 또 오대산, 그리고 명개리 쪽으로 조망이 괜찮을텐데,

아쉽다.

중간에 쉴만한 곳도 마땅치 않고 해서 두로봉에서 주먹밥 한개 먹고 또 걷는다.

텐트, 침낭은 챙겨왔지만, 중간에 먹거리 조달할 곳이 구룡령, 조침령 민박집 있어, 식량은

더 이상 가져 오지 않았다. 그래서 배낭무게가 1~2kg은 줄어들었다.


대간길을 걸으며, 다음에는 해야지... 하면서 늘 하지 않고 지나는게 있다.

바로 산행기록....

난 산행기록을 할줄 모른다. 아름답게 보이면 그냥 기분좋게 구경하며 걷고, 보이는 것

없으면,  그냥 앞만보고 걷기만한다.

그래...  그냥 걷다보니, 신배령, 응복산 마늘봉을 지나 약수산에 이른다.

옷도 젖고, 신발도 다 젖었다. 바지에 흙묻고...  안 봐도 뻔하다.

아마 거지꼴일테니까...

약수산 내림 길에 비가 멎었다. 안개도 걷혔고....???

아니다, 구룡령에 내려서 뒤 돌아 보니, 저 위쪽 산마루에는 짙은 구름에 휩 쌓여 있다.

내가 새벽부터 내내 구름 속을 걸어 온 셈이다.

‘ 구름속을 걸었으먼 내가 신선인가?’


구룡령휴게소 뒤쪽으로 내려서게 되는데, 조용한 휴게소 앞 계단에서 나물을 다듬고 있던

아주머니가, 소리없이 다가온 나 때문에 깜짝 놀란다....

“놀라셨어요~?  아이구 이거 죄송합니다. 기침이라도 할걸 그랬네요...”

“약초 캐러 다니세요?  많이 캐셨나보네요~! 한 보따리네....”

“아닙니다. 약초 캘 줄 몰라요. 약초대신 건강 생각해서 이산 저산 댕겨유~ 운동삼아...”


“근디, 아주머니 여기 사세요?”

“네”

“근디, 휴게소 운영 안해요?  왜 이렇게 조용해유??”

“휴게소 못해요. 휴게소에 차 소리 사람들 소리 땜에 자연이동통로로 동물들이 못다닌다고

못하게 해요...“  ” 수십억 들여서 만들어 놓은거 쓸모없게 된다고...“

거참...  수십억 들였을 휴게소는 이제 완전 무용지물이네....ㅉㅉㅉ


그건 그렇고 지금이 오후 1시가 되었는데, 난 밥을 먹어야되는데, 구룡령휴게소만 믿고 왔는데, 난감하네....

“영업 못하게 하더라도, 내가 먹을 걸 준비하지 않았는데, 그냥 김치하고 밥이라도 먹고 갈 수 없을까요??”

“밥이 없어요...  저녁에 아저씨나 내려와야 하는데...”

“아저씨는 어디 가셨는데요?  산에 가셨어요?”

“약초캐러 갔어요...”

“허 참, 문제네...  조침령까지 가야되는데....”

“아저씨, 라면이라도 드실래요?  드시면 라면 끓여드릴께요.”

“라면요??.!!!  그거 좋지요. 산행할때는 밥보다 라면이 훨씬 맛있어요~!”

라면 2개를 끓여준다. 혹 아저씨가 먹다 남긴 소주라도 없는지 물어볻다.

영업할 때 팔던거 냉장고에 남아 있을 거란다.

라면하고, 소주를 한잔 한잔 비우며, 이런전런 이야기를 나눈다.

아주머니가 산삼이야기를 신나게 했었는데, 다 잊어먹었다.

먹다보니 한병을 더 달래서, 반병 정도 더 마셨다. 아주머니도 한잔 드리고..

역시 소주 안주는 라면이 최고다.


휴식 과 소주, 그리고 라면의 힘으로 흥얼흥얼 갈전곡봉에 이른다...

날은 개었지만, 풀잎, 나뭇잎에 젖은 물 때문에 아직도 추적추적하기는

마찬가지다.

민박집에 전화를 한다.

“어제 춘천에서 전화 드렸던 사람인데요..  혹시 몰르니 오늘 전화해보라구 하셔서...”

“아~ 예~!  그런데, 방이 안났어요.....”

“그렇군요...  내가 텐트는 가지고 다니니, 잠자는 건 괜찮은데, 식사는 할수 있지요??”

“그럼요.. 식사 하실수 있어요. 오세요~”

“예, 제가 지금 갈전곡봉인데 한... 7시반에서 8시쯤 도착하게 될 겁니다. 이따 뵐께요~!”

“예~  조심해서 오세요.  조침령 다 오시면 전화주세요 모시러 갈께요..”

“ 예, 알았습니다...”

민박집이 예약이 이미 다되어있어서, 방이 없지만, 혹 예약 취소가 될 수도 있으니, 오늘

전화를 다시 해주십사 했었다.

어차피 예상하고, 침구를 짊어지고 왔으니, 상관없다. 식사만 하면되니까...


걷고 또 걷고,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고 내리고...

추적거리는 등산화... 발바닥 물집도 잡힌 것 같고...

바람불이엣 왼쪽으로 내리니, 캄캄한 밤에 등로도 확실치 않다.

일단, gps 상의 목적지 방향에 맞춰, 불빛 있는 방향으로 등로 개척산행(?)을 한다. 야간에... 미친넘.

9시가 넘어서야 민박집에 도착을 한다.

주인을 찾아, 내가 전화했던 사람이라고...  30대 후반(?)쯤 보이는데, 참하게 생겼다.

밥하고, 동동주... 그리고 안주를 청한다.

마당 한쪽에 텐트를 펼테니... 하며, 양해를 구한다.

더불어 낼 새벽 일찍 아침식사 준비 와 김밥을 준비해 줄 것을 청한다.

젖은 속옷, 겉옷 벗어 널고, 아직 엄청 차거운 물에 대충씻고, 옷 갈아 입고...

텐트속의 밥상(ㅋㅋ 쟁반) 앞에 앉았다...

너무 지쳐 있어서, 밥맛도 동동주 맛도, 돼지두루치기 맛도 없었다.

그래도 동동주는 끝까지 다 마셨다...(그래야 잠을 깊게 잘 수 있을테니...)


둘쨋날...

새벽이슬에 젖은 텐트를 주섬주섬 말아 배냥에 챙겨 넣고, 풀속을 걸으면 젖을것이 뻔하니 바지는 아예 비옷하나만 걸친다.

등산화는 아직도 물기가 흥건하다.  그래도 양말은 새것으로...

배낭 챙겨 민박집 거실을 기웃거리니 주인은 벌써 조반 준비를 다 해놓은 상태다.

산나물 채취하러 온 일가족이 새벽부터 서두른다.

ㅉㅉ  나야 산을 넘어 먼길 가야되니, 새벽길을 서두른다지만, 저 분들은 이리 이른아침에 산나물이 눈에 띄이기나 할려나???

 

밤에 내려온 gps트랙을 따라, 어제의 종점 바람불이로 거슬러 오른다. 초입에 표지기 한두개 있더니, 중간쯤에 이르러는 표지기는 고사하고, 등로의 흔적조차 사라진다. 어제밤에 내가 이 길은 내려왔다는게 믿기지않는다...

바람불이에서 40분정도 진행하니 조침령 이다. 조침령에 다 닿달은 곳부터는 나무 통로(?), 계단? 뭐라고 해야되나...?  암튼 나무로 만든 복도식으로 대간길을 이어놓았다.

 

 

 

조침령,...  어제 이곳까지 계획했었는데,  생각대로 안되었다.

오늘 점봉산을 넘어 한계령까지 진행해야되는데...  조금 걱정이된다.

부지런히 진행하자..

더군다나, 이번 산행에는 차량도 가져오지 않았기때문,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복귀해야 하므로 노선버스 시간내에는 산행을 마쳐야된다.

초반부터 마음만 조급하지 속도가 붙지를 않는다.

어제 산행이 좀 무리가 있었나...?  등산화가 젖어 있으니, 새로 신은 양말도 소용없다.

오늘은 발이 좀 부르틀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목령을 지나고 점봉산으로 오르는길에 산악회 한팀을 만난다.

대부분이 연세가 60은 훨씬 넘어보이는데, 나와 반대로 내림길이라 그런지, 보통 걸음들이

아니시다.

단목령에서 오색으로 내려가는 등로에 대해 나 한테 물어보나, 어디 낸들 아나?? 

대간길 앞으로 진행하는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있을뿐, 주변 지리상태, 경관, 탈출로, 대간길 이외의 등로...  뭐 이런것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못하고 대간길을 가고 있는것이다.

내가 봐도, 나는 아직 좀 한심한, 덜 깨우친 산꾼...  초보 산꾼이다. 

 

 

 

 

점봉산이다....

오래전 부터 별러왔는데, 이제사 여기에 오늘다.

실은 이곳은 자연휴식년제 구간으로 출입이 금지되어있다.

몇번 설악을 오른면서, 또 일 때문에 한계령을 오가면서, 잠깐 짬을 내어 이곳에

오르고 싶었었도, 그 놈에 출입금지지역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었다.

 

아주 엷은 안개가 끼어 있으나, 오늘 조망은 그런대로 괜찮다.

점봉산에서의 사방 조망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소청 대청에서, 반대쪽으로 인제쪽 골짜기... 바로 눈안래 주전골, 만물상....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이 점봉산 정상에서 난, 가슴 가득 이들을 즐긴다.

다리가 천근이든 만근이든,  갈길이 아득히 멀다해도, 이 순간이 가장 풍요로운 시간인 것 같다.

 

 

 

 

점봉산에서 양양쪽?

 

 

점봉산에서 망대암산으로의 내림길...

 

 

망대암산에서 오색 만물상을 옆에 끼고 한계령으로 향하는 발걸음 무겁고 또 무거웠다.

자일도 매어있니 않은 길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겨우 받쳐놓은 고사목을 사다리삼아 오르내리는게 조마조마 많이도 조심스러웠다.

경치구경하며 걷느라,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한계령 초소에 다달았을때는 이미 날은 어두워져있다

그래도 혹시 몰라, 게걸음으로 살금살금 초소에 접근한다.

아무도 없다. 문에 열쇠가 굳게 잠겨져있다.

긴 숨을 내쉬고, 그리고, 으흠~!하고 헛기침도 해본다....

초소 입구 철망을 돌아 도로에 내려서 보니 등산객 두분이 길가에 앉아있다.

세분이서 산행을 마치고, 한분은 차량회수차 갔단다.

한계령 휴게소의 국밥은 기가막히게 좋았다. 소주 일병은 더 좋았다.....  

몸뚱이는 묵직한 피로가 쌓였겠지만,  마음은 더 없이 가볍기만하다....

 

내일은 100두라는 양반이 진부령에 내린다고 하니, 오늘은 오색에서 자고,

낼 그냥반 백두대간 졸업파티나 같이 해야겠다...

 

 

망대암산쪽에서 뒤돌아본 점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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