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정맥/한북정맥종주(완주)

한북정맥 1구간(수피령~광덕고개)

더큰곰 2005. 11. 29. 11:41

 

 

 

 

백두대간 남쪽 구간을 끝내고, 일주일간을 그야말로 조깅한번 안하고 지냈다.

마땅히 갈 곳도 정해지지 않은지라... 에라 모르겠다, 남들처럼 9정맥이나 시작해볼까??? 생각은 해도 가슴은 무지 무겁다. 대간길을 시작할 때보다는 그래도 쬐끔 덜하다...



일단은 체력단련에 들어가고 볼일이다



금요일 퇴근시간이 기다려진다

정하고 나니 이놈의 맘이 그 조급함을 견디지 못한다.

춘천발 19시 30분 사창리행 버스에 오른다

사창리까지 약 1시간 10분. 사창리에서 1박할까 다목리까지 갈까...?

사창리에 내려, 서있는 택시 기사분한테 물어본다

다목리까지 13,000원.. 어차피 사창리엔 군인들이 외박을 많이 나와서 여관방도 민박도 모두 꽉 들어찼단다.

다목리에 가서 자기로 정했다. 아침새벽에 들머리 도달할려면 그게 낫겠다 싶었다.

다목리 여관 25,000원. 소주 일병사고, 안주하나사고, 김밥사고... 소주마시고 잠을청한다.

혼자있으니 잠이 안온다. 티비보다 어느듯 잠이 들었는데, 자정을 넘어 잠든거 같다.



일어나니 04시 반이다.

2005년 7월 23일(토)

04시 50분. 배낭챙겨 길에 나선다.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다목리...

참 조용한 작은 마을이다. 군인들이 주가 되다보니 행인도 없고 길에 다니는 차도 없다. 지나가는 차량을 히치하여 수피령에 오르고자한 얄팍한 생각은 먹히질않는다.

그냥 걸어서 수피령으로 오른다.

05시 30분 수피령에 다달은다.

05시 50분..

사진 박고, 마음 가다잡고, 정맥길 첫 발길은 내 딛는다.

 



수피령까지 오르는데도 땀이 많이 나던데,

초반경사가 심하니, 숨이 턱턱 막힌다. 아침부터 날씨도 많이 더운데

오늘 발길이 조금 걱정이 된다

까지것 천천히 걷지뭐... 시간도 많은데...

 

40여분 오르니 헬기장에 도착한다.

 

 

 


진행방향 우측으로 복계산(?)이 보인다. 평소 맘 같으면, 한달음에 달려갔다 올텐데, 오늘은 왠지 그러기가 싫다. 날씨 탓이다, 체력안배를 잘해야지 정맥 첫날부터 헤메기는 싫다.

복계산길 반대방향으로 진행되는 정맥길로 이내 들어선다.



다른 사람들의 산행기에는 사진이 잘나와있는데, 오늘 조망은 영 형편없다, 보기만해도 더웁게 느껴지는 박무가 깔려있다. 시계 약 1킬로미터 이내의 조망밖에 안되니 경치구경이고 뭐고, 주위 산세도 관망할 수가 없다. 이렇게 시계가 좋지 않으면, 독도고 뭐고 안되는데(내 경우) 사람들은 지도를 보며 잘도 찾아다닌다.

gps믿고 그냥 산행할 뿐이지, 날 보고 지도보며 길을 가라면, 아마 맨날 알바만하다가 끝나겠다... 언제 독도법을 확실히 배워야지...

고도차가 많지 않치만, 여름날의 지루한 산길을 그냥그

 

냥 땀 뻘뻘흘려, 온몸이

 

옷입은채로 목욕한듯한 모습으로 복주산에 이른다.

 

그런데 복주산이 어딘지 모르겠다. 첫 번째 봉우리에는

 

아래토막인 ‘산’자만 한쪽에 버려져 있고...

 

 

 


한참을 더 가서 또하나의 봉우리에는 ‘복주’까지만 있는 위쪽 토막이 썩은 나무뿌리 위에 올려져 있다... 어느 산행기에서 이들이 분명 같이 있는걸 봤는데, 누가 반토막을 옮겨다 놓았는가...?

 

 


그리고 제대로 된 복주산 정상석이 있다고했는데, 내가 길을 잘못들어서 그곳을 그냥 통과해버렸나??? 뭔가 빠뜨린 것 같아 찜찜하다...


하오고개를 지나고, 회목봉, 상해봉을 거쳐 광덕산에 다달았다

 

-하오고개-

 

 

-세상 참...  팔자 좋다~~ -

 

 

음료수 작은거 2개, 물 3리터 김밥1인분. 그리고 비상식량으로 육포 작은 것 1봉지. 이게 이번 식량 전부다.

아침식사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11시쯤 아점으로 김밥을 먹었다. 배가 무척 고팠고, 그래서 물소비가 더 많았다.

하오고개에 다달았을때 물이 약 500CC정도 밖에 남지 않아, 하오고개에서 일동방면으로 약 10분정도 내려가 작은 도랑에 흐르는 물로 식수를 보충했다. 좀 뭐 하지만, 육안으로 보기에 맑고... 그리고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고통보다는 나을꺼같다는 생각으로...

배낭을 벗어놓고 왔는데, 물채우다 생각하니 카메라와 지피에스는 가지고 왔어야되는데... 하고 후회를 하며 마음을 조급해 했었다. 두개를 합하면 200만원이 좀 넘는 가격이니까, 왜 안그렇겠나...(?) 등산화 연기 나도록 뛰어 올랐다... 휴.. 그냥있네~!

 

 

광덕산에서 광덕고개 쪽으로 길을 잡아 내리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오고개 이르기 전부터 우르릉 거리며 천둥소리를 내더니 이제야 빗방울을 떨어뜨린다. 더워 뒈질뻔했는데, 진작 뿌릴것이지, 오늘 산행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뿌리냐 뿌리길...

다 온 마당에 빗물에 배낭 적시기 싫어, 냅다 달음질친다.

오면서 언뜻보니, 사고 다발지점이라 주의요망 하는 경고판이 두어개 있었던거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막판에 비 맞기 싫어...

실은 비맞는 것 보다는 번개가 무서워서...

그놈의 천둥소리는 괜찮은데, 번개가 번쩍번쩍거릴땐 정말 무섭단 말씀이야... 죄를 너무 많이 지어 그런가???



17시 30분 정도 광덕고개에 도착한다.

여덟시간 정도면 무난할것으로 생각했는데, 거의 12시간이나

걸렸다. 중간에 1시간 정도 잠 잔거 빼고도 11시간...

여름철 산행속도를 다시 정리해보고, 예상 주행거리 계산을 확실히 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