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정맥/한북정맥종주(완주)

한북정맥종주 3구간(도성고개~노체고개)

더큰곰 2005. 11. 29. 14:04

 

 

2005년 8얼 17일


산행 : 홀로

어디를 : 한북정맥 3번째..(도성고개~노체고개)



약간의 요령을 피워 평일 산행시간을 마련했다.

시작을 새볔에 하고자 계획했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부지런히 차를 몰아 노체고개 약수터에 도착하니 벌써 열시 반이다.

일동택시를 부르기 위해 손폰을 해보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몇 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다.


약수를 받으러 오신 분들이 몇분 계시다.

출발하는 갤로퍼 차량에 인사를 드려보지만, 멀뚱멀뚱 그냥 내려가신다.

괜스레 쪽 팔린 것 같다...^_^

노인 한 분이 승용차 시동을 걸고 출발 하실려고 한다.

꾸~~뻑 크게 인사를 한다.

으메 반가워라... 한손으로 손짓하신다. 타라는 이야기다.


고엽제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말씀을 잘 못하신단다.

어깨, 등, 무릎이 모두 안좋으신 모양이다.

한달에 한번씩 무료로 진료를 받으러 의정부로 가시고,

국가에서의 보상은 30만원인가(?) 받으셨단다.

여유롭게(?) 산행의 행복을 누리고자 했던 나는,

슬그머니 송구스러운 맘에, 옆에 타고 가는 자리가 불안하다.

삼거리에서 내려, 몸 보중하실 것을 말씀드리고,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돌아선다.


일동 택시를 타고, 구담사로 향한다(택시비 6700원정도)


구담사... 택시기사님, 말씀 대로라면 그리 오래된 사찰은 아니고,

몇 년 전에 젊은 스님께서 들어와 절을 지으셨다는데, 찾는 불자가 요즘들어 많아졌다고...

 배낭을 메고, 오늘 발걸음을 떼니, 태양이 반긴다...


도성고개로...

지난 번 내려설 때 소낙비 속에서 알탕했던 곳....

 

 

접속거리가 만만치 않다.


경사도 심하다...

2구간 마치면서, ‘다음에 이 길(정맥길 접속을 위해) 올라 올때,

초반부터 힘께나 들겠구나...’ 했는데, 역시 무지 힘들다


1시간여 만에 도성고개에 이른다.

 

 

물 한모금 마시고... 강씨봉쪽으로 힐끗 쳐다본다.

우씨~ 지난번 보다 풀들이 더 자란 것 같다. 어떻게 할까...?

긴팔, 긴바지로 갈아 입을까.... 말까...

에이~! 그냥 가자.. 좀 긁히고 말지뭐...

장난이 아니다. 요몇일 아무도 안지나갔나???

아무래도 오늘 내 몸뚱이 만신창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살살 스틱으로 헤쳐가면서 강씨봉으로... 진행속도가 더디다

한참을 가는데, 갑자기... 조만큼 옆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시~익 씩- 시익-씩 !’ 콧김 내뿜는 소리...

웨메~ 멧돼지~!!!(못봤다.. 귀 로만 들었지...)

스틱을 탁탁거리며 정신없이 앞으로 앞으로...

휴~ 다행히 안쫒아온다. 에이 팔다리 다 긁혔네...ㅉㅉㅉ

그래도 미안혀~~ 잠자는 멧돼지님 깨워서...


1시간이 훨씬 지나서 강씨봉에 닿았는데, 10분 걸음 거리를 두고,

강씨봉이 두개나 있다. 진행방향으로, 처음 봉우리는 길안내 표지목만 있고,

두 번째 봉우리엔 정상석이 놓여있다.


강씨봉1

 

 


강씨봉2

 

 

키만큼 자란 풀 밑으로 발을 내어 진행을 하는데... 아이고 더워...

복분잔가 산딸기나문가... 딸기 따먹을 땐 좋았는데, 그 가시에

찔리고 긁히니.... ‘ 웨메~ 따갑고 씨라려운거....’

지겨운 방화선 잡목,풀... 오뚜기령 지나서 까지 이어진다

 

 

어렵게 귀목봉 갈림길에 닿으니 낮잠 자기 좋은 나무의자가

두개씩이나 있다.

느긋하게 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 시원하고, 안락한 의자가 있으니

낮잠이나 한숨 푹 자고갈까...(???)

안된다, 산행시작도 늦었거니와 오늘 진행속도 또한 무척 느리다...

이왕이면 어둡기전에 오늘 구간 마무리하자.

노체고개에 도달할려면 앞으로도 3 시간 이상 가야될테니 그냥 가자...

허~참 한잠 자고가면 딱 좋겠구먼...

 

 

16시 40분 오늘의 최고봉 청계산에 도착한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청계산 이후의 등로는 그런대로 양호하다. 우선 잡풀, 잡목이 그렇게 성가시게 굴지는

않는다. 빗줄기가 좀 굵게 바뀌고.... 속으로는 ‘그래 그래 차라리 시원하게 비나 내려라’

그러면서 1시간여 걸으니 갈매봉에 닿는다.

이젠 아마 구간끝에 거의 다 왔을껄...

 

 

구름이 산위로 몰려왔다 몰려간다.

아까부터 저 멀리서부터 우르렁 거리던 천둥이 가까이 왔다.

가자, 빨리가자... 난 천둥이 무서워...


부리나케 내려서는 발길 저 만큼 앞에서 ‘ 번쩍- 쿠왕~! ’

으메 무서븐거... 진행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주위 동정을 살핀다. 계속해서 천둥 번개가 이어진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하나..’ 번개치고 나서 천둥소리까지의 숫자를 세는거다.

최고의 과학지식(?)으로, 얼마만큼의 지근 거리에서 번개가 치는건가(?)하는 것을

재보고 있는거다...^_^

아무래도 안되겠다. 반경 500미터 아니 많아야 300 미터 이내다.

스틱을 저만큼 던져 놓는다.

배낭도 벗어놓는다.

추울테니 비옷만 꺼내 입는다.

교통호로 파 놓은 움푹한 곳에 자세를 낮게하고 가만히 앉아있는다.

맘같아선 교통호에 바짝 엎드리고 싶지만.

그렇게 까지 하면 너무 처량할 것 같아 그냥 앉아만 있었다. 이런 모습만 남들이

봐도 웃기는 사람이라고 할테니까....

긴장속에 30~40분이 지난 것 같다. 근처는 좀 잠잠해졌는데, 저 쪽 운악산 쪽은

아직도 하늘을 뚫고 내려 꽂히는 번개줄기가 요란하다.

잽싸게 배낭을 둘러메고 스틱챙겨서 내 달음친다 자세를 최대한 낮춰서...

한참 공사중인 노체고개에 번개(?) 같이 내려선다.


19시 10분

차를 세워놓은 곳에 다달으니... 휴~~ 여유가 생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멧돼지 한테도 겁먹고, 번개한테도...

다음 운악산 구간 암릉 절벽길이 벌써부터 내 맘을 무겁게한다.

대간길 시작할 때 부터, 참~ 걱정도 많다. 그러면서두 계속간다.

바이러스감염을 치료하지않는다. 아니, 아예 치료할생각 조차 없는 모양이다.


다음구간

장비가 마땅치 않다.

꼭 우회 길을 택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