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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백두대간 이야기 (5) - 산줄기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

더큰곰 2010. 4. 23. 17:09
 

 

 

 

 

<산줄기 이름> 짓는 일은,

왜 그리 힘든 것일까?

 

산줄기 따라가는 일은,

왜 물줄기 따라가는 일만큼 쉽지 않을까?

 

소리내며 흐르는 물줄기와는 달리,

산줄기의 흐름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나지 않아서 일까?

 

아마도,

산줄기를 놓치는 가장 큰 이유는,

"산줄기는 물가름 선"이라는 가장 근본된 법칙을

종종 망각하기 때문이리라...

 

암튼간에 우리는,

<산자분수령>의 법칙에 따라,

이 땅의 모든 산줄기를 거미줄처럼 엮어 내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이름 붙이기>다.

 

<산>과 <물>은 '음'과 '양'처럼,

동시에 탄생했을지는 몰라도,

 

<산줄기 이름>과 <물줄기 이름>의 탄생은,

분명히 선후가 있어 보인다.

 

'한강유역' (한강을 이루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든 영역)의 북쪽 물가름 선을

'한북정맥'이라 부르고,

마찬가지로 한강유역의 남쪽 물가름 선을

'한남정맥'이라 부른 것을 보면,

 

'한강'이란 물줄기 이름이 먼저 탄생하고,

한남정맥, 한북정맥이라는 산줄기 이름이 나중에 붙여졌다는 것이 분명하다.

 

'산줄기'는 <물가름 선>이라는 기본 법칙 (산자분수령)에서 출발하면,

우리가 지리시간에 배웠던,

<하구>, <유역>의 개념은 저절로 이해가 된다.

 

아래 그림을 보자.

 

한강으로 흘러 내리는 모든 빗방울이 떨어지는 지역,

이게 바로 <한강유역>이다.

 

당연히, 한강유역에 떨어지는 모든 빗방울은

결국에는 한강 '하구'로 빠져나와,

바다가 된다.

 

 

 

 

얼마나 쉽나?

 

한강의 북쪽 물가름선(산줄기)은 '한북정맥'

한강의 남쪽 물가름선(산줄기)은 '한남정맥'

 

뭐, 복잡하게 산줄기 이름을 따로 외울 필요도 없다.

 

참으로 깔끔하고 상쾌한 규칙이다.

 

근데, 최근 산줄기 자료들을 보면,

왜 이런 훌륭한 법칙을 망가뜨리고

멀쩡한 정맥이 길을 잃고 엉뚱한 곳을 헤매고 있는지

나로서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산줄기에도 등급이 있어, 그 '기세'에 따라,

대간 > 정간 > 정맥 > 기맥 > 지맥으로

나눈다.

 

이러한 산줄기 등급을 분류하는 기준은

다소 모호한 구석들이 있어

정확한 체계를 세우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울나라의 산줄기 체계는

<1대간-1정간-12정맥>이라 하기도 하고,

<1대간-13정맥>이라 하기도 하고,

좀 더 복잡한 체계로 세분하고 싶어하는 분덜도 계시다.

 

나도 한 술 떠보라고 한다면,

나는 갠적으로 '정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기맥'과 '지맥'이 구분되는 정확한 경계점이 정의되지 않는다면,

'기맥'과 '지맥'을 구분치 말고 모두 '지맥'으로 통일하고 싶다.

 

또한,

현대식 '도로명' 체계처럼,

두개의 산줄기가 중첩되는 것을 인정하여,

특정 구간들이 동시에 두개 이상의 이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아래 그림을 보자.

 

 

 

 

위 그림에서,

'한남정맥'은 백두대간에서 출발해서 바다에서 끝나야 하며,

한강유역이 아닌 지역을 포함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따라서, <A-B-C>가 '한남정맥'이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금북정맥'은 <A-B-D>가 되어야 한다.

 

<A-B>구간은

'한남정맥'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금북정맥'의 일부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산줄기를 연구하는 많은 분들이 제공하는 자료를 보면,

이러한 규칙들이 터무니없이 깨어져 나간다.

 

아래 그림을 보자.

 

 

 

 

<조석필>님의 <태백산맥은 없다>의 부록에 실린 <산경도>이다.

 

청천강 유역을 물가름 해야 할,

'청북정맥'이나 '청남정맥'이

모두 청천강 하구에서 끝나지 않는다.

 

'산자분수령'의 절대 공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비록 그 이름은 없지만,

압록강 유역의 남쪽을 물가름하는 '압록남정맥'이란게 있다면,

왜 '청북정맥'의 끝이 압록강 하구에서 끝남으로써,

졸지에 '압록남정맥'으로 변신해 있는가?

 

이런 식으로 '산줄기 이름 체계'가 흐트러진 곳은

너무나 많다.

 

물론, 많은 분들이 이문제로 골치을 썩으며,

명확한 체계를 세우기 위해 고생하고 계신 것을 잘 알지만,

 

뜻밖에도,

그처럼 외치던 <산자분수령>의 법칙을

스스로 깨고 있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박성태>님의 <산줄기 명칭> 제안도,

<조석필>님이 <태백산맥은 없다>에서 제안하신 산줄기 이름도

<박수진>,<손일>님의 논문, <한국 산맥론(II): 한반도‘산줄기 지도’의 제안>에서도....


여전히,

산줄기 명칭 체계는 논리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대간', '정간', '정맥', '지맥'의

명확한 <정의>가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땅의 모든 산줄기는

<산자분수령>의 유일한 규칙에 의해

너무나 분명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렇지만,

산줄기에 <이름>을 붙이면서부터

그 절대적인 <공리>가 조금씩 깨어지고...

 

결국,

이런 제안, 저런 제안,

수많은 변종 산줄기 이름만 양산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역의 명칭을 딴,

'호남정맥'이니, '해서정맥'이니 하는 이름은

일관되어야 할 명칭체계에서 이단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호남', '호서'의 '호'는 '금강'을 의미한다는 일부 불확실한 학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의미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호남정맥'의 산줄기 노선은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내 궁리로는,

울나라 모든 물줄기와 그 유역을 먼저 구획한 후에,

철저한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따라,

물줄기 이름을 근간으로 산줄기 이름을 붙이는

새로운 산줄기 명칭 체계를 새로 세워야 할 것 같다.

 

<국토지리정보원>이

그 연구 결과를 공식화시켜 '표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하겠다.

 

나는 나 나름대로,

설악산의 지맥들을 발굴하여 이름을 붙여주고,

지맥등반을 해볼 생각이다.

 

설악이 워낙 험한 바위산이라,

지도 위에 줄로 그은 '나만의 지맥'을

내 초보적인 등반기술로 온전히 지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거의 없지만서도....ㅠㅠ

 

그 첫번째 '발굴지맥'은

이름하야 '곰북지맥'이다.

(곰골 유역의 북쪽 물가름선이라는 뜻이다.)

 

곰북지맥은

백두대간 저항봉에서 시작해서 수렴동 계곡 곰골입구 철다리에서 끝난다.

 

-mamZ'ang-

 

 

 

출처 : 홀로걷는 백두대간
글쓴이 : 박종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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