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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백두대간 이야기 (2) - 산맥과 산경

더큰곰 2010. 4. 23. 17:13

 

 

 

산경은 나무의 줄기와도 같다. 나뭇가지는 <마루금>이요, 나뭇잎은 <산>이다.

백두대간의 마루금은 아무렇게나 편한대로 줄을 그은 것이 아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물을 건너지 않고 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절대적인 선(線)>이다.

마치 나무뿌리에서 제일 먼 나뭇잎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오로지 하나이듯이 말이다. (개미는 알고있다.)

 

 

[산맥과 산경]

 

백두대간이 알려지고,

대간꾼들이 늘어나고,

정맥종주, 지맥종주 산행이 유행하면서...

 

<산맥>과 <산경>의 구분 쯤은 어느덧 상식이 된 것 같고,

이와 관련된 자료들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젤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아래와 같은 자료이다.

 

 

 

 

국토지리정보원(옛 국립지리원)이 제시하는 새로운 산맥체계의 그림도 흔히 볼 수 있다.

(1차산맥, 2차산맥 따위의 개념으로 어찌 해보려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순진한 발상이 애처롭다.)

 

 

 

 

내가 짜집기해서 만든,

<산맥도>와 <산경도>의 비교 그림도 있다.

(칼라풀하고 상세하다는 것 빼고는 뭐 별 차이 없다.)

 

 

 

 

 

나는 위의 그림들 모두에 대해서 불만이 좀 있다.

 

<산맥>과 <산경>을 비교한답시고

이렇게 울나라 전체를 놓고, <산맥>과 <산경>을 선으로 그어 표시하면,

 

이게 뭐.....그야 말로 <산맥>이나 <산경>이나 그넘이 그넘처럼 보인다.

 

<산맥>과 <산경>은

'길이'와 '코스'의 차이일 뿐?

 

아무렴...그렇겠는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먹고사니즘으로 머리 아파하는 우리 중생들 머리만

더 골치아푸게 할 뿐,

 

그냥 바라만 봐도 눈에 쏙쏙 들어오고, 피부에 착착 감기는

그런 살가운 맛이 나질 않는다.

 

그렇다.

 

<산맥>과 <산경>을 비교해 보려면,

인공위성에서 내려다 보지 말고,

배낭 메고 <산맥>과 <산경> 속으로 깊쑤키 들어가 봐야 한다.

 

자...조금씩 들어가 보자.

 

[1단계 주밍: '산맥']

 

 

 

위의 그림에서 검은 삼각형은 모두 '산'이다.

적어도 우리가 이름을 붙여 '산'이라 부르고 있는 그런 '진짜 산'들이다.

(거의 모든 산을 다 표시한 것이니, 산맥 따위의 모양이 안 나온다고 나한테 불평하지 마시라.)

 

<태백산맥>이란 넘을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좌~~악!!   줄을 그어 보니

그 폭이 엄청 넓고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도 애매모호, 아리까리, 긴가민가, 알똥말똥이다.

 

<산맥>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거였나?

 

'행정구역'만 해도,

내가 서초동에 사는지, 논현동에 사는지 '법적으로' 증명서를 떼어주는데,

 

도대체 <산맥>이라는 동네에서는,

내가 <태백산맥>에 사는지, <소백산맥>에 사는지

누가 법적으로 증명해 줄 방법이 없다.

금강산, 설악산은 확실하게 태백산맥에 산다고 '전설'처럼 믿고 있으니,

 

금강동네, 설악동네 근처에 살고 있는 산들은

그나마 자기도 <태백산맥>에 산다고 우길 명분이라도 있다.

 

어정쩡한데 사는 쬐끄만 산들은 뭐여?

노숙자와 같은 처지의 노숙산인가?

 

따지지 말자.

<산맥>은 원래부터가 그런 거였다.

 

'그런 게' 아니라고 철썩같이 믿고 살아왔던

우리들 자신의 디구바리가 문제지,

<산맥>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또..통큰 척 ㅠㅠ)

 

자!!!

 

백문이 불여일견!!

이제 <산경>으로 들어가 보자.

 

산경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는

<대간(大幹)>을 가보자.

 

울나라에는

단 하나의 <대간>이 있다.

(집 한채에 대들보는 하나면 된다.)

 

울나라 대들보, 대간의 이름은

백두산에서 시작된다 하여

그 이름이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 중에서

내가 젤로 좋아하는 설악산 일대를 주밍해 보자.

 

[1단계 주밍: '대간']

 

 

 

위의 빨간 삼각형은 모두 <백두대간>을 이루는 산이다.

 

빨간 선은 <백두대간>의 <마루금>이다.

<마루금>은 '능선' (Ridge Line)의 순 우리말이다.

 

그러므로,

백두대간은 '도로'가 아니고 '선(線)'인 셈이다.

 

'백두대간'은 8차선 도로, '정맥'은 4차선 도로,

이런 식의 개념이 아니라,

 

산경(山經)의 개념에서는

모든 줄기는 <마루금>으로 이루어지는 <선(線)>이다.

 

저 위의 그림에서,

빨간 <백두대간 마루금> 상에 있지 않은 산은

감히 <백두대간>의 직계가족이라고 함부로 주장해선 안된다.

 

아직도,

저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굵고 두터운 8차선 도로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한 단계 더 깊쑤키 들어가 보기로 하자.

 

[2단계 주밍: '백두대간']

 

 

 

위의 지도상에 표시된 백두대간 마루금은 설악산 지역,

<한계령>에서 <미시령>에 이르는 구간이다.

 

앞으로는,

한계령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화장실 다녀 올 때마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밟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경건한 마음으로 발자욱을 옮겨야 할 것이다.

 

미시령 휴게소 주차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정확히 어디가 마루금인지 모르겠다고?

 

그럼, 좀 더 자세히,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살펴 보기로 하자.

 

[3단계 주밍: 백두대간(설악산 공룡능선 구간)]

 

 

 

등고선만 바라보면,

머리에 쥐가 나면서,

눈이 빙글빙글 등고선처럼 @.@ 돌아가시는 분덜도 계신다. (지송...^^;;)

 

그래서, 설악산 사진에다가 직접

백두대간 마루금을 정확히 표시해서 보여 드리려고 한다.

 

[4단계 주밍: 백두대간(설악산 공룡능선 사진)]

 

 

 

자, 이제 백두대간이 눈에 들어 오시는가?

 

바로 저 붉은 선이,

진정한 의미의 산줄기, 백두대간의 <마루금>이다.

 

백두대간이 설악산을 지나간다고 해서,

설악산의 모든 봉우리가 백두대간 본줄기에 속하는 게 아니다.

 

그 유명한 울산바위도,

비선대도, 소청봉도, 권금성도,

귀때기청봉도, 화채봉도

모두 백두대간 족보에는 끼지 못한다.

 

이와같이,

<산경>이란 산맥과 달리 <마루금>의 줄기체계인 것이다.

 

따라서,

<산경체계>에 따라 산줄기 산행을 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게,

 

<마루금 긋기>다.

 

<마루금 긋기>를 잘 해야,

대간이든 정맥이든 지맥이든 우왕좌왕 헤매지 않고

줄기따라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얘기 나온 김에

아래의 1/5,000 지형도에서

A봉부터 B봉까지,

마루금을 긋는 연습을 해보자.

 

마루금 긋기 원리는 간단하다.

 

능선의 날등(Ridge Line)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따라가되,

절대로 물(水)을 건너서는 안된다.

(나중에 설명할 '산자분수령'의 법칙이다.)

 

산줄기 계통체계를 구성하는 법칙은

단지 그거 하나다.

(얼마나 단순하고 명확한 공리인가!)

 

숙제를 하나 남기면서 (답도 함께)

2편을 마무리한다.

 

(계속)

 

 

 

여러 수계가 교차하는 꽤 까다로운 지역을 선택했다. 머리 아푸더라도 함 풀어보시길....

산 속에서 헤매는 것 보다는, 지도 위에서 헤매는 게 훨 안전하기 때문.

 

-mamZ'ang-

 

[마루금 긋기 문제 정답]

 

 

<마루금>을 정확히 긋기 위해서는

먼저 <골금(물줄기선)>을 정확히 그려봐야 한다.

<마루금>은 결국 물줄기를 가르는 '물가름 선'이기 때문이다.

어떤 골금도 절대로 마루금을 가로지를 수 없다.

 

 

출처 : 홀로걷는 백두대간
글쓴이 : 박종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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