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구간종주 2회차(성삼재~정령치~여원재) 2004. 8.1.
날씨 : 맑음
산행시간 : 8시간
1회차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성삼재에 올랐다. 조금 틀려진건 열차에서 내려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했다는거와 텐트와 버너,코펠을 줄였고... 먹는 것을 주먹밥으로 대체 한 것이었다...
단 한차레의 경험에 의해 마루금 주행에 걸림돌은 다름아닌 배낭무게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새벽 어둠속의 성삼재는 수많은 산객들로 붐볐다.
대부분 단체 산행객인 그 들은 노고단 쪽을 향하여 움직이고, 길을 가로질러 철망 울타리 한쪽의 출입문으로 들어 서는 산꾼은 나 와 장확익 두사람 뿐이다.
백두대간의 야간 주행을 위한 훈련으로, 직장에서 퇴근 후에, 삼악산, 대룡산에서 나홀로 야간산행을 수시로 몸에 익혔지만,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와서, 아직 어둠이 가득한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다. 장확익이 동행하지 않았더라면, 홀로 산속으로 진입하는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을꺼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정말 든든한(?) 동반자 였다.
고리봉을 넘고 만복대로 향하는 길은 억새(??)가 엄청나게 많았던거 같다. 헤드랜턴 불빛을 억새 아래쪽으로 터널처럼 나있는 길을 따라 비추며 진행했었다.
만복대에서의 여명이다.
만복대 오름길에서 보니 까마득한 저쪽 작은고리봉쪽에서 파란 불빛이 보였다 사라졌다 했었는데, 어느새 한사람의 산꾼이 만복대로 올라왔다. 홀로 산꾼이었다. 백두대간을 진행하는가 물었는데, 덕두산으로 진행한다고.... 그때는 몰랐었는데, 지리산 태극종주를 하던 산꾼이었나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산행속도도 엄청나고(우리를 금방 뒤쫒아 왔으니..) 배낭 또한 우리가 맨것보다 두배는 더 커보였던거 같다.
암튼 대간 이등병인 우리에게 범상치 않은 인물로 보였었다... 누구 였을까..? 지금 생각하니 궁금하다..
우리가 잠시 휴식을 하는 사이, 홀로 산꾼은 잠깐의 심호흡에 이어 갈길을 서둘러 떠났다.
만복대의 새벽 바람도 엄청나, 우리도 오랜시간의 휴식을 즐길수 는 없었다. 추워서...
작은고리봉 위쪽에 우주선 하나가 떠있다. 외계인들의 아침 산책시간일게다.
정령치로 향하는 능선길에 동그란 무지게가 피었다. 첨 보았다.
사진촬영을 시도하니, 무지개속에 내 그림자가 박힌다.
나중엔 안 사실이지만 이런걸 브로켄 현상이라고 그런다.
만복대를 거쳐 지나온 마루금...
정령치... 이른 아침 정령치 휴게소는 문이 아직은 굳게 잠겨있었고,
고개길에 간간히 지나가는 차들이 있을 뿐이었다.
대간길은 휴게소 계단을 올라 좌측으로 이어셨던거 같다.
고기리 마을 지나면서 만나는 노치샘... 물이 아주 많고, 내 어렸을 적 동네에 있던 샘물처럼 맑고 시원했다. 가지고 있던 물병 가득채우고...
오후 2시가 안되어 여원재에 도착했다. 2차선 포장도로, 대간 진행방향 우측으로 민가가 한채 있었던걸로 기억된다. 시간상, 그리고 남은 체력을 보면, 좀더 진행해도 되겠지만, 구간 분할 계획에 따라 오늘은 여기에서 마무리를 한다.
시내버스로 남원에... 열차시간이 충분히 남으니 사우나에서 땀 씻어내고... 그리고 막걸리도 한병씩...
2회차는 여유있는 산행이었다.